2008/07/31 16:36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의 의미

패배감에 사로잡혀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제쳐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분석, 향후 선거 준비와 대응방안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교육감선거의 진보진영 승리에 대한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 다음 블로그 뉴스 미디어 토씨의 김종배씨는 선거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렸다.

공정택 후보는 확실하게 비전을 제시했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확대하겠다고 했고 국제중학교를 신설하겠다고 했으며 영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강남3구 주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전리품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켰다.

주경복 후보는 취약했다. 대부분이 ‘반대’였다. 0교시 반대, 우열반 반대 등이었다. 비전이 아니라 당위를 제시한 것이다. 주경복 후보의 이런 한계가 지지표심의 상대적 이완을 불렀다. 내 자식을 무한경쟁의 나락에 빠지게 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일단 안심은 되는데 내 자식만을 위한, 내 자식에게 특별히 나은 다른 그 무엇을 제시하지는 않아 만족하지는 못하는, 이중심리를 불러왔다.

다른 분들은 '선거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던지 '젊은이들의 투표에 대한 무관심', '서민들의 계급적 몰이해', '강남주민들의 이기심', '언론의 편파보도', '전교조 딱지 붙이기' 등등 여러가지 요인을 지적하는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선거에 임한 후보와 선거전략을 만든 선거운동본부, 진보세력에 있는게 아닐까?

지금까지 보수진영에 대항하는 진보진영의 선거전략은 변한 것이 없다. 즉 최선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서 그것을 시민들에게 어필하는 방식이 아닌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에 치우치는 것이다. 하다못해 지난 대선을 보자. 이명박의 경제 프레임에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대응은 '범죄자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라거나, '회사를 부도낸 사람이 어떻게 경제를 살리는가' 라는 식이었다. 총선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2010년 지방선거도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이 망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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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삼국지를 새롭게 재해석한 만화 '창천항로' 한 장면이다. 이처럼 진보세력은 최상의 위치에서 최악의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가? 촛불시위를 통해 진보진영이 부여받은 천리(天利)-절호의 기회-를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세력에게 다시 한번 넘겨준 것이 아닌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중간평가'라는 모토를 가지고 선거에 나온 주경복 후보 이하 진보진영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이명박정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 뿐만 아니라 지난 3개월 간 이어진 촛불시위의 의미도 퇴색시켜버렸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가치, 새로운 교육에 기대를 품었던 사람들의 상실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총선때처럼 이분들이 '지못미' 하는 심정으로 다시금 진보진영에 힘을 실어줄 지도 의문이다.

선거 이후 내부논의를 어떤 식으로 하건 간에 결국은 '남탓하기' , 즉 패배요인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방식의 선거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에 따라 내후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의 대응방식에 대하여 크게 두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지역주민들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선거
둘째, 현재와 같은  '반대' 위주의 당위론에 호소하는 선거

지난 4.9총선 당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공약을 살펴 보면 전자의 우려를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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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당시 덕양구에 출마한 진보신당 국회의원 후보 심상정씨의 교육 공약이다. 시범적으로 실시된 자사고가 어떻게 됐는가를 생각해본다면 덕양구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는 고등학교 2곳, 중학교 2곳의 자율형 공립학교는 지역의 엘리트학교로 굳어질 것이며 전북 순창의 '인재숙'처럼 주민들 간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다.

진보진영은 교육에 있어서 철학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분들에게는 과연 철학이 있는지 의심해 볼 일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도 피란드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핀란드에서 가능하고 한국에서 가능하지 않는 이유를 알기 때문에 이것이 사교육광풍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율형 공립학교는 그렇지 않은가? 선거에서 져도 이런 식으로 하다가 진다는 것은 더 큰 수치가 아닌가?

민주노동당은 다른가? 경남 사천지역구에서 당선된 강기갑 의원은 광포만 매립을 원하는 주민들의 뜻에 동의한 바 있다. 선거는 당선이 목적이다라는 말은 맞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지금 같은 방식의 정책과 선거전략은 기존의 정치 패러다임-또는 보수의 프레임-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게 할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들은 더욱 실망할 것이며 정치라는 수단 앞에 진보의 목적은 돛을 잃고 표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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